










나무와 꿈, 생명과 사람을 주제로 하고 있는 어반 판타지 소설 그러나 이런식으로 소개하기엔 굉장히 철학적이면서도 확고한 메세지가 있다.
전체적으로 건조한 문체로 진행되고 뜨거운 내용물을 차갑고 매끈한 것으로 포장해둔 듯한 초연한 느낌이 든다.
무엇에 대한 경계를 허무는 것 그게 이 책과 주인공인 신금화를 해방시키는 지점이라 생각하는 것에 더불어
세상에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하나하나 자신의 삶을 가지고 지긋지긋하게도 살아가야 하는구나 하는 환멸과 애증을 느끼게 해주는 책.
우주에는 이치과 균형만이 있어.
목화는 때로 인간의 언어로 형성되는 사고를 깨끗이 잊고 싶었다. 인간의 시간, 숫자, 문자, 믿음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말해버리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한 사람을 구하도록 지시하는 나무이자 신과 같은 것은 인간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
어떤 이레귤러에 의미를 부여하려고 해도, 그것은 영영 해석할 수 없고 또 분석할 수도 없는 것이다.
의미는 인간이 부여하는 것.
가끔 목화와 같이 언어, 보편적인 사고를 벗어던지고 싶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에너지들이 이 세상에 흐르고 있음을 알지만 그것이 사람의 말로 누군가에게 설명될 때 그 순간 파동과 입자의 이중성과 같이 에너지는 더 이상 본연의 흐름을 가지지 못하고 언어라는 틀에 갇혀버린다.
나는 신을 믿지도 않고 영적인 것들에 관심도 없지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의 경이로움과 덧없음과 인간 틈바구니에서의 가치를 안다.
그걸 아는 사람은 나뿐이 아니구나. 그런 동질감을 느끼기도 했다.
삶과 죽음을 전혀 다른 세계라고 인식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무엇은 무엇보다 나은 것, 가치 있는 것이 되고 말았다. 무언가를 긍정하면 다른 것은 부정되었다.
비처럼 내리는 눈이, 밤과 새벽에 걸친 시간이, 봄도 여름도 아닌 시기가, 구름 한점 없는 새파란 하늘에서 쏟아지는 빗물이 있다. 뒤섞인 존재가, 사이가, 현상이, 모호한 상태가 훨씬 많다.
사람은 늘 앎을 명확함을 갈구하고 나 또한 마찬가지이지만, 그건 자기 자신을 위한 일에 불과하고 실로 진실이라 할 수 없다.
세상은 정리되지 않는 방과 같은 것이고, 인간은 단지 제가 납득할 규칙과 사명을 정해 보람을 얻어야 하는 생물일 뿐이라고.
그것을 알기에 초연함과 간절함을 동시에 지닌 인간이 되는 게 아닐까.
완독 후에 제일 먼저 떠오른 장면은 젤리로 된 나무줄기가 얽혀있는 정글과도 같은 풍경이었다.